보령 죽청리고인돌에서 만난 고요한 시간의 결

늦가을 바람이 살짝 차가워진 오후, 보령 웅천읍의 죽청리고인돌을 찾았습니다. 논과 밭이 맞닿은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이 고인돌은 겉보기엔 단순한 바위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세월의 결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돌 표면은 부드럽게 마모되어 있었고, 이끼와 흙이 고르게 덮여 있었습니다. 주변은 조용했고, 바람이 잔디를 스치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그 고요함 속에서 수천 년 전의 흔적이 여전히 숨 쉬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고인돌 하나가 작은 시간의 문처럼 서 있었습니다.

 

 

 

 

1. 웅천읍에서 이어지는 접근로

 

죽청리고인돌은 보령시 웅천읍 중심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 평야지대를 따라 이어진 농로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면 ‘죽청리고인돌’이라 새겨진 표지판이 길가에 보이고, 그 옆에 소규모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차를 세우고 좁은 시멘트길을 2분 정도 걸으면 논 사이로 커다란 바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도로와 가까워 접근이 쉬웠지만, 주변에 별다른 안내 시설이 없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길을 따라 억새가 부드럽게 흔들리고, 바람에 섞인 흙냄새가 코끝에 닿았습니다. 마을의 일상과 고대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2. 고인돌의 형태와 구조적 특징

 

죽청리고인돌은 탁자형 구조로, 두 개의 받침돌 위에 커다란 덮개돌이 얹혀 있는 형태였습니다. 덮개돌의 길이는 약 3m, 두께는 60cm 정도로, 가까이서 보면 돌의 결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받침돌은 부분적으로 땅에 묻혀 있었지만 안정감 있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바위 표면에는 세월의 풍화로 생긴 작은 홈이 많았습니다. 덮개돌의 일부에는 청동기시대 석재 가공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홈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었고, 구조적 무게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한 바위의 형태 속에 인간의 손길과 의식의 흔적이 깃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역사적 의미와 지역의 맥락

 

죽청리고인돌은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묘제로, 당시 이 지역에 정착한 집단이 사용했던 무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령 지역에서는 이곳을 비롯해 인근의 장현리, 대천동 등지에서도 유사한 고인돌이 발견되어, 당시 마을 간의 사회적 교류와 공동체적 삶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됩니다. 안내판에는 발굴 조사 당시의 기록이 남아 있었으며, 덮개돌 아래에서 흙으로 채워진 석곽 흔적이 확인되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죽청리고인돌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보령 지역의 청동기문화 분포를 이해하는 중요한 유적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서 있으면, 먼 옛날 이 땅을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신념이 조용히 떠올랐습니다.

 

 

4. 들판 속의 풍경과 고요한 분위기

 

고인돌 주변은 사방이 트여 있어 하늘이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들판의 색은 누렇게 익은 벼와 억새의 은빛이 섞여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파도처럼 일렁였습니다. 덮개돌 위에는 작은 이끼와 풀이 자라고 있었으며, 낮은 햇살이 그 위로 부드럽게 비쳤습니다. 고인돌 주위를 천천히 한 바퀴 돌면, 바위의 각도에 따라 그림자의 모양이 달라졌습니다. 논에서 일하던 마을 어르신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어릴 때부터 여기 있었지”라며 웃어 보이셨습니다. 그 한마디에 이 돌의 존재가 얼마나 오래도록 사람들과 함께해 왔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풍경과 기억이 겹쳐진 조용한 공간이었습니다.

 

 

5. 인근에서 함께 둘러보기 좋은 명소

 

죽청리고인돌을 둘러본 뒤에는 가까운 웅천읍성지와 성주사지터를 함께 방문하기 좋습니다. 두 곳 모두 차로 15분 이내 거리에 있으며, 시대는 다르지만 보령의 역사를 잇는 중요한 유적입니다. 또한 죽청리 마을 입구에는 ‘죽청리느티나무’ 보호수가 있어 잠시 그늘 아래서 쉬어가기 좋습니다. 점심은 웅천읍 중심의 ‘웅천한상’에서 게국지정식을 먹었는데, 특유의 깊은 맛이 지역의 정취를 더했습니다. 오후에는 웅천천을 따라 산책하며 고인돌이 있는 들판을 멀리서 바라보았습니다. 평범한 풍경 속에 묵묵히 자리한 바위 하나가 오히려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6. 방문 시 유의사항과 팁

 

죽청리고인돌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가 없습니다. 주변이 논길이므로 비가 온 뒤에는 진입로가 미끄러워 주의가 필요합니다. 해가 중천에 올랐을 때보다 아침이나 해질 무렵 방문하면 빛의 방향에 따라 돌의 질감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여름철에는 모기와 벌레가 많으므로 긴 옷차림이 좋고, 겨울에는 들판의 바람이 강해 방풍 재킷이 필요합니다. 별도의 안내 인력은 없지만, 안내판의 설명이 간결해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조용히 머물며 돌의 표면을 바라보면, 시간과 자연이 함께 쌓아 올린 역사적 질감이 마음 깊이 전해집니다.

 

 

마무리

 

보령 웅천읍의 죽청리고인돌은 크지 않은 유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두께는 깊고 단단했습니다. 바람과 햇빛, 흙과 이끼가 만들어낸 색감 속에서 청동기시대 사람들의 숨결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장식이나 구조는 없지만, 그 절제된 단순함이 오히려 강한 존재감을 주었습니다. 들판 한가운데 서서 이 돌을 바라보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기억과 흔적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다음에는 봄, 들꽃이 피는 시기에 다시 찾아 고인돌 주변의 새로운 생명과 함께 그 오래된 시간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죽청리고인돌은 보령이 품은 고요한 시간의 증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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